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주말 모처럼 아이들과 외출을 하려다 주차해두었던 차량을 뒤덮은 꽃가루 때문에 기분을 망친 일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평소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었던 아이가 꽃가루 탓에 재채기가 심해져 외출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직장이 가까워 차량을 이용하는 일이 없다보니 방치되었던 차량에 며칠 간 꽃가루가 쌓여 있었던 것이다. A씨는 유난히 올해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세차장을 찾았다.
A씨처럼 최근 가정과 직장에서 꽃가루 때문에 건강과 일상을 위협받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과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최영태)은 지난 2010년부터 전국 10개 국·공립수목원과 함께 우리나라 산림의 꽃가루 날림 시기를 매년 관측하고 있다.
특히 국립수목원은 최근 기후 변화로 식물의 개엽·개화 등 생태 시계가 빨라지면서 꽃가루 날림 시기가 보름 정도(연평균 1.43일) 빨라진 것으로 분석하며 지난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꽃가루 날림 현상이 보름 이상 빨라져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알레르기란 일반적으로 신체에 해롭지 않은 외부 항원에 대해 불필요한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로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천식 등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꽃가루가 알레르기 유발 원인물질이다.
맑은 콧물, 발작적인 재채기, 코 막힘 등이 주요 증상이며 코 주위나 눈에서 가려움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두통이나 후각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방치할 경우 부비동염, 인두염, 중이염, 축농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의료기관에 내원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동병원 호흡기전담클리닉 이규민 과장(호흡기내과 전문의)은 “생산량이 많은 꽃가루는 가볍고 작아 바람에 의해 공기 중에 잘 날아다녀 봄에는 조그만 바람이 불어도 핸드폰이나 테라스, 자동차 등에 노랗게 쌓인 꽃가루를 볼 수 있다”며, “꽃가루는 공기 중에 섞여 있어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지나친 노출을 피하기 위해 외출 전 꽃가루 지수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꽃가루 지수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야외 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으나 외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 등으로 신체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활동 시 씻지 않은 손으로 눈이나 코를 만지지 않도록 하며 손 위생을 틈틈이 실천해야 한다. 귀가 후 입은 옷은 털거나 세탁을 하도록 하며 샤워를 통해 신체를 청결히 한 뒤 실내복으로 갈아입어 소파나 침대 등에 꽃가루가 묻지 않도록 해야 한다.